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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손님입니다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11-14 07:06 조회3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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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에 대한 영화를 방금 보고 왔습니다.
방금 보고 드는 생각을 대충 간추리는 거다보니, 자의적인 해석이 많습니다.
글 서두에는 스포가 없습니다. 스포가 되는 부분은 사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조커라는 캐릭터를 요약한다면, 카오스 혹은 이유가 없는, 이해 불가능한 캐릭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에 등장하는 조커를 보면, 조커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설명하는 씬이 두번 나옵니다.
한 번은 자신의 어머니가 자기의 입을 찢었다고 이야기하고,
한 번은 자신의 아내를 위해 자기 스스로 입을 찢었다는 상반되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씬을 통해 조커라는 캐릭터의 악의나 행동들은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혼돈을 위한 것들이 됩니다.
순수한 악의로 오로지 배트맨이 만들어가는 질서와 정의를 무너뜨리고 혼돈을 만드는 것만이 조커의 목적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조커는 위의 특징과 부합하는 모습들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는 이러한 특징과 정면으로 부딪히며 기존의 영화 속 조커와는 전혀 다른 조커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다른 조커들과는 다르게 사람을 죽이는데 조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영화는 상영시간 전부를 온전히 조커의 이유를 보여주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낯설 수 있는, 혹은 거부감을 만들 수 있는 조커의 이유를 호아킨 피닉스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감독의 기존의 조커의 특징에 대한 재해석들을 통해 설득력있는 모습들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모습의 조커는 아마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배트맨과의 관계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다음 영화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태까지의 DC의 실패작들 때문에 만들지 않고 비워두는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영화였습니다.
화려한 액션씬과 치밀한 대결 난무하는 폭력과 같은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를 기대하신다면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조커의 짙고 무거운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이보다 좋은 영화는 없을 것 같네요.
조커의 분장과 조커가 웃는 지점을 주의깊게 보신다면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이 될 꺼 같네요.
지금부터 강력 스포를 포함 합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존의 "이유 없는" 광기의 조커를 "이유 있는" 광기의 조커로 만들어내는데 온전히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두가지의 난점을 만나게 됩니다.
첫번째는 기존의 캐릭터성이고, 두번째는 연쇄살인마이자 테러리스트인 조커에게 이유를 부여해야 된다는 사실이죠.
이러한 난점에 대해 영화는 호아킨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감독의 기존의 조커에 대한 재해석들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호아킨의 연기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저는 영화속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감독의 조커의 재해석, 분장과 틱장애
조커의 외향에 대한 특징을 뽑는다면 이상한 광대 분장과 웃음 소리를 뽑을 수 있습니다.
감독은 조커의 당연한 특징들을 조금씩 비틀어서, 기존의 광대분장에 눈물자국을 추가하고 웃음을 어쩔 수 없는 틱장애로 설명하면서, 조커의 이유를 설명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극 중에서 아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존재입니다.
가정에서는 혼자 어머님을 모셔야하고, 직장에서는 멸시 받으며, 거리에서는 폭력에 시달리고, 사회 시스템은 아서를 형식적으로 다루고 있죠.
그리고 이런 아서를 둘러싼 관계들은 아서에게 언제나 정상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는 웃음이라는 상징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극 중에서 아서의 어머니가 아서를 해피라고 부르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 다.
즉 아서의 웃음은 진정 터져나온 웃음이 아니라 사회가 강요한 웃음입니다.
사회가 강요하는 웃음이기에 어색할 수 밖에 없고, 어색한 타이밍에 터져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아서가 벼랑 끝에 내몰릴때마다 강박적으로 터져나오는 틱장애인 웃음은 사회의 강요에 의해 짓는 웃음을 상징하고, 광대 분장에 흐른 눈물 자국은 이러한 강박적인 웃음 속에 숨겨진 아서의 속마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서는 자신의 속마음을 억누르는 웃음을 싫어했을까요? 그렇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웃음을 추구해야된다고 타인에 의해 강요되고 주입되었을지언정, 아서는 코미디언을 꿈꾸면서, 웃음으로 상징된 사회에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했고, 노력하는 존재였으니깐요.
그러나 아서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계와 사회에 의해 "웃음"이 짓밟히면서 아서는 조커로 거듭나게 됩니다.
2. 의미가 사라진 웃음과 진정한 희열
아서가 무시 받던, 폭력을 당하던 장면들을 관통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서의 틱장애인 웃음이 터진 순간들입니다. 사회가 아서에게 웃게 강요했고, 아서는 웃었지만 아서에게 돌아온 것은 지하철에서의 냉정한 무시와 폭력뿐이었습니다.
사회가 강요한 웃음을 언제나 짓고 있지만, 그 웃음에게 돌아오는 것이 폭력뿐이기에 아서는 내재되어 있던 것들이 폭발할 수 밖에 없었고
그 폭발을 경험한 순간, 자신의 진정한 의미와 혹은 희열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희열을 극중에서는 춤추는 씬으로 그리고 있고요.
아서가 웃음에 대한 회의감과 자신의 본성에 대한 희열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을때
결정적으로 어머니의 학대를 알게되면서, 자신의 웃음이 강요된 것임을 깨달으면서 강박적으로 웃는 것이 아닌 자기만의 웃음을 짓는 조커가 됩니다.
따라서 머리를 염색하는 씬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의 웃음은 전혀 다른의미의 웃음으로 봐야합니다.
분장의 눈물자국 역시 머리를 염색한 뒤 딱 한번 경찰차에 호송되면서 불타는 고담을 지켜볼 때 나옵니다.
이 때의 눈물 역시 기존의 눈물과는 다르게 새로운 웃음과 일치하는 의미의 눈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하층계급으로써의 분노
이번 영화에서 조커는 하층계급으로써의 특징이 진하게 배어있습니다.
아서가 토마스 웨인을 보기위해 극장에 잠입한 장면에서, 카메라 앵글은 모던타임즈의 찰리 채플린과 아서를 정확히 일치하는 모습은 노동자 계급으로써의 아서를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서와 동일시 된 찰리 채플린을 상층 계급은 유희거리로 즐기고 있죠.
토마스 웨인의 인터뷰와 TV 쇼에서 하는 조커의 발언은 더욱더 이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하층계급의 삶을 단순히 저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고 가르치려 든다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죠.
조커의 분노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 전반에 대한 강요하는 웃음에도 기인하고 있지만, 분명 상층계급에 대한 분노 역시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4. 하층계급의 상징으로 선 조커, 그러나 상징을 버린 조커
그렇다고 조커가 하층계급의 분노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극 중에서 조커는 하층계급들의 상징이 되어 시위의 상징이 되기도 했으며, 시위대는 조커의 가면을 쓰고 조커를 구출하기도 했으며 웨인 부부를 암살하기도 하죠.
그러나 조커가 이미 시위가 시작되기 전에 시위대의 상징이자 자신을 대표하는 광대 가면을 쓰레기통에 버린 장면을 보여줌을 통해
조커는 시위대와는 다른 맥락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작의 조커와 유사하게 조커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철저하게 이용만 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조커의 광기는 단순히 상층계급만을 향하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러한 상징을 버리는 조커를 통해 감독은 조커의 행동이 하층 계급의 정당한 분노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정반대 되는 장면은 아마도 <브이 포 벤데타>의 마지막 장면이지 않을까 싶네요. 가면으로 하나되는 브이와 가면을 버리는 조커는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5. " 이유 있는" 조커와 "이유 있는" 배트맨
지금까지 이야기했듯이 영화는 공을 들여서 조커에게 이유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감독은 한발 더 나아가서 조커는 하층계급을 대표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조커의 이유를 정당화시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유있는 조커의 행동들은 더 나아서 브루스 웨인의 이유를 만들어냈죠.
기존의 원작에서 배트맨과 조커의 대립은 불가해한 광기의 대립이었다면
이번 영화에서 그리는 배트맨과 조커의 대립은 새로운 모습으로 서로간의 당위성이 부딪히는 치열한 갈등으로 그려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 좋은 영화를 위한 발판을 깔렸으니, 이제 기존의 "마사"같은 그지같은 스토리가 아닌 제대로 된 스토리를 DC가 보여줄 차례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줄평을 한다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있는" 조커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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