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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소한일상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11-08 13:07 조회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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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은 분들께서 제 글을 보시고 댓글과 쪽지를 남겨주셨습니다. 가장 많았던 내용은 감정의 배출구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주제였는데요. 제가 여기서 뚜렷한 해결책을 말씀드린다면 그건 사기에 가까울 겁니다. 대화에 정해진 규칙이 없듯 해결책도 사람마다 다를거고 제 해결책이 맞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저도 언제나 대화에는 부침이 있고 모자람이 있지만, 그래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께 어느정도 제 생각을 말씀드릴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특정한 법칙이 아니라 누군가가 바라보는 경향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렇게 사족이 길다는건, 결국 앞으로 할 얘기도 그리 명확하게 정리할 자신은 없다는 얘깁니다. 유머방은 가볍게.

2. 대화란 쌍방의 소통입니다. 한 쪽이 주도하는 대화는 이상적이지 못합니다. 이렇게 한 쪽의 강세가 커지면 간혹 상대방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그것을 장기간 받아줄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럴때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강하게 투영시키게 되는데, 보통은 숨겨두었던 어두운 감정이나 고민들을 아주 빠르고 강하게 털어놓게 됩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감정의 배출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질문을 주신 것으로 보아 이런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어느정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죠.

3.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은 것처럼 환해질 거야. 니가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 줘". 감정의 배출구가 되는 일은 어린왕자의 여우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비록 여우는 나중에 어린왕자와 헤어질 때 슬퍼했지만, 감정의 배출구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괴감에 빠지고 성질이 나고 이 상황을 역전시키길 원합니다. 이렇게 여우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는 감정의 배출구가 자기 자신을 잃게 만든다는 걸 깨닫기 때문입니다.

4. 그(그녀)들은 왜 배출구가 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상대방이 이성이건 동성이건 똑같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잘 보이고는 싶은데 적절한 대화 방법은 모르겠고, 들어주면 좋은 사람은 되고, 대화는 지속할 수 있으니 계속 듣게 됩니다. 상대는 점점 나에게 즐거움보단 불편함을 주고 그 불편함은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스며들죠. 옷이 젖게 되면 이미 늦습니다. 말리거나,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말리는 선택을 하면 계속 축축한 느낌을 참아야만 합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축축하진 않겠지만 당장 그 옷을 못 입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빠집니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어린왕자의 구절이 이해되는 순간이죠.

5. 배출구에서 벗어나는 법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그냥 젖은 옷을 갈아입으면 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궁금한 건 이런 대답이 아닐겁니다. "옷을 갈아입지 않고도 바로 말릴 수 있는 법을 알려달라". 하지만 애석하게도 저는 옷을 빨리 말리는 법을 모릅니다. 저는 한번 맺어진 관계 설정은 쉽게 바꿀 수 없다고 믿습니다. 관계를 힘들게 바꾸는 것보다 아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감정의 배출구가 되었다 판단된다면, 선택 해야합니다. 옷이 마를때까지 점진적으로 배출구 노릇을 하던지, 옷을 갈아입던지. 제 경험에 따르면 감정의 배출구 노릇을 그만두기 위해 벗었던 옷은 비록 시간이 필요했지만 마르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옷은 언젠가 다시 입을 수 있습니다. 단지 그 옷은 마를때까지 계속 걸어두어야만 하죠. 생각보다 기분 좋은 기다림은 아닙니다. 과거의 일이 계속 생각나니까요.

7.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한번 쯤 겪게 되면 그 때부터는 옷이 젖게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게 됩니다. 그래서 빨리 말리는 법 보다는 애초에 옷을 안 젖게 만듭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남의 얘기만을 듣는 수동적인 상태에서 벗어나면 됩니다. 아까도 말했듯 대화는 쌍방의 소통. 옷이 젖지 않으려면 내 얘기를 해야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얘기하면 상대방은 기쁘게 들어주고, 그 반대로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이런 상호 유기적인 대화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 이게 좋은 대화이고 또 좋은 관계 아닐까요?

8. 여우는 어린왕자와 헤어지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슬프지만, 얻은 게 있어". 감정의 배출구 노릇을 해도 얻은 건 있습니다. 더 이상은 이러면 안되겠다는 다짐. 뭐 그거면 된 겁니다. 앞으로 안 하면 되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생각하면 배아플 것도 없습니다. 혹시 알아요. 누군가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본인에게는 위대한 도약이었을지.


출처:디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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